5인의 단체전 < 시작展 >이 아리아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김종엽, 박기훈, 송태화, 이부강, 이재열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 전시 이며,
아리아 갤러리에서 5인의 중견 작가들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김종엽
나의 행성은 내게 중력을 작용합니다. 중력이 잡아주는 안온함에 나는 중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이지 못한 건, 때로 나는 날고 싶습니다. 저 높은 곳을 활공하며 세상의 흐름을 천천히 관조하고 싶거든요. 그제야 나는 중력이 안온함이 아닌 구속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 몸을 높은 허공에 띄우게 되었을 때, 벼락 치듯 찾아온 자유에 기뻐합니다. 솔개처럼 유유히, 높은 존재가 되어 먼지 같은 세상에 초연합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나는 다시 땅에 발을 딛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되었을 때, 중력의 속박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또 어두운 방구석에 혼자 있기를 좋아합니다. 그곳에서 나는 나만의 생각과 느낌을 화면에 전개합니다. 누구를 이해할 노력도 필요 없고 누구에게 이해받을 필요도 없는 곳, 고립된 곳입니다.
나의 끄적거림은 종국에 그런 유니크함에 놓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건 본심이 아닙니다. 나는 모든 유니크함을 선도하는 주류가 되고 싶습니다. 모두가 나를 이해하고 찬가를 부르는 공중에 오르고 싶습니다. 올망졸망한 유니크함이 어우러진 세상 높은 곳에서 활공하고 싶습니다! 근본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으로 내 몸은 언제나 찢겨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몸은 처절합니다. 그러나 나는 찢겨진 몸으로 창작의 숙명을 향해 걸음을 내딛습니다.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상태를 향해 어두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주로 흑연(graphite)으로 작업 되는 그림들은 여러 번의 평탄화와 그것의 일부를 거둬내는 작업의 반복으로 입자들의 유기적 배열로 레이어가 완성된다.』
박기훈
본인의 작품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지구에 생존하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우리 인간의 인식과 태도에 대해 미술로써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진행되었다. 인류가 처음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인간의 생활방식에 따라 변해왔다. 일찍이 인간에게 동물은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했던 생명이었다. 수렵생활에서 농경과 목축업을 통해 살아온 인간에게 동물은 경제적, 생산적 이유로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곧 인간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는 동물이라는 하나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우리 인간은 사회 안의 공동체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의 공생을 생각하며, 인류 전체를 밝힐 의무가 있다. 본인은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동물에 대한 관심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작품에서 나아가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인간 자신의 질문과 성찰을 담고 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부강
나의 작업은 흔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작가의 내밀한 개인 소사이기도 하거니와 동질의 의식을 함유하는 공동체의 서사이기도 하다. 확언할 수 없는 시공간의 흔적을 찾아 그것을 회화로 재구성한다. 그것은 파편적인 개인사인 동시에 보편적인 한 집단의 총체적 역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남긴 시간의 지층이나 흔적에 대한 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
달리 말해, 흔적 찾기는 나 자신의 과거로부터 온 기억을 더듬어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나의 이웃들, 혹은 익명의 한 집단 공동체로부터 공동의 기억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기억의 재생을 통해 현재적 '나'와 과거의 '우리'를 연결하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송태화
비정형의 얼룩으로부터 파생된 이상향, 유사낙원을 몽환적 느낌으로 표현했다. 기억의 파지에서 인출된 정보를 시각적 형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추상과 구상 그 안에 지극히 한국적 정서를 담아 잠시나마
공간의 일탈을 꿈꾸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 속의 수많은 모양의 산수와 동물들은 저마다의 능력과 삶으로 이상체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구체적 형상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작품의 작은 공간 안에 많은 내용의 이상세계를 구현하여 일상에 지친 사람들과의 소소한 소통을 하고자한다.
이재열
이재열 작가는 ‘선’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화면에 옮긴다. ‘선’은 작가가 가장 중시하는 조형의 기본 요소 중 하나로, 2차원적 평면의 선에 3차원의 특성인 공간 개념을 도입한다. 붓으로 선을 긋고 닦아내기를 반복하며 감각의 칼끝을 세우고 몰입하여 완성되는 일련의 작업은 즉흥적이면서도 의도성을 가지고 있고, 일정한 리듬을 형성한다. 또한 선을 그리고 지워가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채움’과 ‘비움’이 한 공간에 머물러 ‘무(無)’에 관한 동양적 사상을 함축한다. 이렇게 작품 속에 재현된 섬세한 사유의 이미지는 그것의 재현 너머에 존재하는 작가의 심상을 투영할 뿐 아니라 관람자의 새로운 성찰을 이끌어낸다. 작품에 대한 많은 설명보다는 단순함과 함축성이라는 동양의 기호들이 드러나 대중과의 소통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열망이 담겨 있다.